<12> 장풍국의 땅, 서울은 방어력이 높았는가?[이기봉의 풍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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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관련 책이나 영상에서는 산과 산줄기로 둘러싸인 장풍국(藏風國)의 땅은 방어에 유리하며, 장풍국의 땅에 자리 잡은 조선의 수도 서울은 천혜의 요새로서 방어력이 아주 높은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란 두 번의 대규모 전쟁 경험은 서울의 방어력이 높다는 선험적 인식을 철저하게 깨부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방어력이 높은 곳이라면 임금은 다른 곳으로 피란을 가더라도 상당수의 군사가 남아 방어전을 펼치며 적군에 최대한 피해를 줘 어떻게든 전쟁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시도했어야 하는데,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런 적이 없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울이 장풍국의 땅이기 때문에 천혜의 요새로서 방어력이 높다는 견해가 여기저기서 떠돌고 있으니 필자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로 증명된 것까지 부정하는 선험적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장풍국의 땅은 주산-좌청룡-우백호-안산의 산과 산줄기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을 가리키고, 산과 산줄기 위에 성곽을 쌓으면 평지에 쌓는 것보다 분명히 품이 덜 들면서 방어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병자호란 때 1만3000여 명의 병사로 청나라의 12만 대군에 맞서 40여 일 동안 항전했던 남한산성의 예가 잘 알려준다. 하지만 한양도성은 남한산성만큼 높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평지에 가까운 남서쪽의 숭례문과 동쪽의 흥인지문 방향의 성문과 성곽이 전혀 방어력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지의 경우 10m 이상의 높은 성벽과 넓은 해자를 갖춰야 산성만큼의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두 구간의 성벽 높이는 잘해야 7m밖에 안 되고 해자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공성전에서 이 정도의 방어 시설로는 바깥의 강한 공격을 이겨낼 수 없다. 결과론적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한양도성의 방어를 포기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다. 만약 방어를 선택했다면 대참사의 비극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