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쇼크’ 이제 시작일 뿐… 서학개미, 섣부른 매수보다 ‘관망’ 할때

美 관세에 각국 보복대응 가능성
단기간내 美 정책 번복은 힘들듯
연준도 금리인하 등 신중세 유지

S&P500 바닥으로 보긴 힘들어
주요국과 협상결과 후 대응해야

예상보다 더 강도 높은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뉴욕 증시가 발작하고 있다. 증시 하방선이 확인되지 않고, 각국별 관세 대응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대응보다 신중한 자세로 관망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유무역 질서 흔드는 미국 = 미국의 상호관세율 발표는 전문가들 예측(10∼20%)을 상당분 웃돌았고 면제되는 항목 또한 거의 부재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과 같은 핵심 품목의 경우 별도의 관세정책을 적용하기로 결정됐다. 실제 해당 관세가 장기간 반영될 경우 주요국 경기 전반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은 물론,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다수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저점 매수 기회일까…“더 센 놈 올지도” = 뉴욕 증시 급락에 일각에서는 오랜만에 나타난 ‘패닉셀’(공포 매도)을 활용해 저점 매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위험 대비 보상 관점에서 아직 불리한 구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미 정부의 상호관세는 여타 국가들의 적극적인 보복 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중국 정부가 34%의 상호관세와 함께 주요 기업의 독과점 이슈를 조사하고 나선 가운데,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유럽과 북미(캐나다, 멕시코) 지역 역시 대응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물론 원만한 협상을 통해 상호 간의 관세를 낮추는 시도를 진행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응책이 먼저 강구될 소지가 다분하다. 미 경제에 압박을 가할 수 있어야 대화의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보복이 단행될 경우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재차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정책 기조 바꾸긴 일러…기업 실적 하향 우려도” = 미 정부가 단기간 내 정책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 상호관세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행정부 내부는 물론 공화당 안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이가 아직 다수라고 봄이 옳다. 더불어 현재 상원과 하원 모두 정부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도 강경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관세 적용 이후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될 여지가 있다. 4월 중순부터 미 증시는 실적 시즌에 돌입한다. 수출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관세로 인한 충격을 실적 전망에 반영해야 할 것이며, 무역 민감도가 낮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정책 불확실성을 근거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려 할 공산이 크다.

일부는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국산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오는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피해 부분을 극복할 만한 사이즈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불확실성 국면의 초기 구간인 만큼 기업들이 전망을 내놓는 과정에서 과잉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실제를 더 과장해서 비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예상보다 높은 관세가 실제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섣부른 정책 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더불어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잘 고정시켜 두는 것이 Fed의 주된 책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금융시장의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Fed의 금리 인하가 당장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견조했다는 점은 Fed의 조기 대응을 오히려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 증시 바닥 아냐…관세정책 변화 추이 주목” = 최근 급락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주가이익비율(P/E) 멀티플’이 지난 10년 평균인 18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지금이 ‘바닥’(Deep value) 구간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최소 미국과 주요국 간의 협상 결과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 국민들의 재산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주식시장이 지속 하락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조 바이든 정부의 연임 실패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었음을 생각해보자.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그의 지지율에도 큰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 분명하겠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압박 요인들이 적지 않음을 고려할 시 미 정부 또한 혼란한 상황을 장기간 끌고 가는 것에 대해 결국 부담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적극적인 후원금을 납부했던 기업들의 불만도 함께 고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불확실성 국면이 수개월 동안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미 주말 동안 친(親)트럼프 진영에선 관세 부과를 일시 유예하고 국가별로 협상을 진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기도 하다. 결국 근원적인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국가별 협상이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정책 의제가 관세 이슈에서 감세나 규제 완화와 같은 경기 자극 이슈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