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책임은 오롯이 내게”… 진보-보수 균형 고려한 ‘정치적 결단’

■ 헌법재판관 1명 임명-2명 지명

“민주당의 줄탄핵 상황도 고려”
일각선 한대행 대선출마 거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3명의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한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흔들리는 보수 진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헌법재판관 지명·임명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감수한 결정”이라며 “한 권한대행께서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하셨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사심없는 나라를 위한 결정”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 등의 표현으로 헌법재판관 충원에 따른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공식적으로 재판관 충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단’임을 강조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몰락 위기의 보수가 재건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뤄야 정부와 국회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6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1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데, 한 권한대행은 정치권 예상을 깨고 이 자리에 2명의 보수 성향 재판관을 이날 전격 지명하는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헌재는 보수 성향(정형식, 조한창, 이완규, 함상훈) 4명, 중도(정정미, 김형두, 김복형) 3명, 진보(정계선, 마은혁) 2명 구도로 재편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법·행정에 더해 헌재 등 사법권까지 넘겨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향후 정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지명·임명→야당 탄핵 소추 의결→자진 사퇴→대선 출마’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이도 늘고 있다. 다만 한 권한대행 측은 이를 적극 반박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출마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재차 탄핵할 경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에 역풍이 불고 국민의힘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 권한대행이 자기 희생을 통해 국민의힘에 기회를 만들어 주는 그림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