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K-철강… 최대수출시장 印도 ‘자국산 우선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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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이어 印까지 무역장벽
韓 수출 의존도 높아 예의주시

미국발(發) 관세 전쟁에 맞서 인도가 ‘자국산 철강 우선 사용 의무화’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전방산업 수요 부진·중국 덤핑 공세·원가 비용 상승 등 다중 복합악재에 직면한 한국 철강업계는 ‘1위 철강 수출국’ 지위를 가진 인도 시장에서마저 수출 활력이 떨어지면 막대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철강 전문 시장조사업체 빅민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도의 철강 수입량은 776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 기간 국가별 수입량을 보면 한국산은 243만t으로 전체 1위에 올랐고, 중국(227만t)·일본(155만t)·베트남(63만t)·유럽연합(27만t)이 뒤를 이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으로, 2022년까지만 해도 철강 순수출국이었지만 건설업 호황과 급증한 인프라 투자로 2023년부터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對)인도 연간 철강 수출액은 2020년 12억3468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22억7153만 달러까지 늘었다. 2023년에는 철강(22억7500만 달러)이 반도체(19억6000만 달러)를 누르고 금액 기준 대인도 수출 1위 품목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제품 수출에서 인도(21억8800만 달러)는 무역흑자 기준 미국(37억4600만 달러)·멕시코(25억9500만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부터 미국이 모든 철강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혀온 인도마저 무역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인도 철강부는 최근 ‘2025 국산 철강제품 정책’을 발표하고 정부 산하 모든 부처·기관·공공사업에서 50만 루피(약 844만 원)를 초과하는 철강을 조달할 때 반드시 인도산 철강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 판로를 잃은 중국 등 외국산 철강제품이 대거 자국으로 덤핑 유입될 것을 우려해 내린 조치다.

최근 대인도 철강 수출 의존도를 높여온 국내 업계도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발주 사업에 한해 자국산을 우선 쓰도록 해 대응이 가능하지만, 향후 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장벽을 세우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