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오너 일가, 한화에어로 1.3조 유상증자에 참여

■ ‘승계 논란’ 정면돌파

주주배정 유증 3.6조 → 2.3조로 축소
소액주주는 15% 할인가격에 주식 매수

3형제가 지분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오너 일가는 할인 없는 3자 배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 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이는 대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가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해 경영권 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고 주식가치 희석에 따른 주주 불만도 달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1조3000억 원 낮추겠다고 8일 공시했다. 이와 함께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이 확정·실행되면 김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행하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시가 기준으로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4월 내에 시가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2조3000억 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부작용을 덜면서 미래 투자를 위한 필요한 자금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는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경영권 승계 자금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1조3000억 원을 투입해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에 회삿돈을 쓰고, 미래 투자 자금은 주주에게 손을 벌렸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대폭 하락한 바 있다.

한화에너지가 오는 4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지난 2월 한화에너지로 넘어간 1조3000억 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화가 현실적인 선에서 기업과 주주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 같다”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지도 들어 있고 주주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 등에 중장기적으로 약 11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 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 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축소 계획 발표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5.0% 상승한 67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장병철·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