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반도체 봄’ 부르나

■ 업황 회복 기대감 커져

“낡은 것 새 제품으로 바꾸면 지원”
중국 소비촉진책 효과와 더불어
미국 관세 시행 앞 메모리 출하도 급증
D램 가격 한달새 13.3% 껑충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 촉진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효과와 함께 미국의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급증한 메모리 출하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주류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 기록한 올해 최저치인 1.722달러 대비 한 달 새 13.3% 상승했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가격이다.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메모리 업사이클(호황기) 신호탄으로 통하는 D램 가격 상승세가 가시화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와 채널 파트너사에 D램 일부 제품군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삼성전자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메모리칩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시황은 더 양호하다. 3월 기준 메모리카드와 USB 범용 낸드인 128Gb 16G×8 멀티레벨셀(MLC) 고정거래가격은 2.51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9.61% 증가했다. 올해 들어 매월 가격이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최근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회복과 반도체 업계의 생산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에 이어 조만간 반도체에도 품목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업황을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가 미국 관세 정책 등의 여파다. 반도체는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품목 관세를 조만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율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 매출이 4.3% 감소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